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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블랙리스트 만들어서 요양병원 강퇴하는 이유는요?

관리자 2018.09.10

심평원, 요양병원 입원 암환자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입원진료비 전액 삭감

# 난소암 재발 환자입니다. 재발이 됐는데 수술도 못 하고 항암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 도중 부작용이 심해져서 밥도 못 먹고, 면역력이 떨어져 항암 치료를 지속할 수도 없었을 때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 요양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 후 정기 검진 결과, 혹이 작아졌다고 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요양병원에서 퇴원하라고 했습니다.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입원 진료비가 통으로 삭감돼 저를 더 치료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 소식을 듣고 심평원을 방문했더니 이의신청을 하라고 했습니다. 이의신청하니 결과는 1~3달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에서 저를 받아주지 않으니 집에 갔습니다.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할 시기가 와서 병원에 가니 종양 크기가 다시 커져있었습니다. 이의신청 결과를 확인해보니 받아들여지지 않았더라고요. 종양 크기가 작아졌다가 퇴원 후 다시 암이 커져 수술할 상황이 된 건데, 심평원이 제대로 심사한 거라고 할 수 있나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왜 강퇴(강제 퇴원)를 당해야 하나요? 무슨 근거로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재활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입원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전액 삭감하자 암 환자들이 언론 앞에 나서 울분을 토했다. 요양병원 강제 퇴원 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진 난소암 환자 A씨는 영상을 통해 이같이 호소했다.
 

한국암재활협회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200만명의 암 환자들을 죽음의 길로 내몰고 있는 심평원 조치의 부당성을 규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심평원은 광주 전남지역과 경기도 등 암 전문요양병원의 보험급여 심사과정에서 암 재활환자의 경우 ‘신체기능저하군’으로 입원의 필요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입원진료비 급여를 전액 삭감했다. 신체기능저하군은 환자분류표 7개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준수하는지 심사하는 기관인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급여를 삭감한다. 건강보험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비가 삭감되면 삭감되는 부분은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신정섭 협회 대표는 “현재 국내 암 환자들은 무려 200만명에 달하고, 2016년 한해만 27만 8000여명의 암 환자가 새로 생겨났다. 이들 중 5만 2000여명이 대학병원 등 급성기 병원에서 수술 및 항암치료 후 지속적인 의학적 케어를 받고자 요양병원에 입원치료 중이다”라며 “그런데 심평원은 이들의 요양병원 입원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입원진료비를 전액 삭감, 암 환자들이 강제퇴원을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심평원의 이같은 조치로 경기도 한 요양병원에서 강제 퇴원한 암 환자 가운데 3명은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법원도 ‘암은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며, 재발가능성이 커 암 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은 적법이다’라고 했고 대법원도 ‘심평원의 입원적정성 평가는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 어려워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고 판결했는데 심평원은 계속해서 이런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며 “더구나 심평원은 삭감 기준과 근거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전국 요양병원들을 상대로 이같은 조치를 점점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의 입원진료비 삭감조치를 당한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환우들이 5일 암재활협회가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자리에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환우들도 참석했다. 뇌암(교모세포종) 환자 강종관 씨는 환자분류표를 ‘암환자 블랙리스트’에 빗대기도 했다. 강 씨는 “제주도에서부터 왔다. 교모세포종이다. 2010년 2월 수술을 했고, 아직까지 살아있는 게 기적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수술 후 오른쪽 편마비가 와서 오른손, 발 모두 못쓴다. 오른쪽 귀로는 듣지도 못한다. 안면마비가 와서 말도 제대로 하기 힘들다”며 “진료받으면서 삶의 질 올리기 위해 실비보험도 들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심평원 리스트에 의해 강제 퇴원을 당했다. 몸이 이렇게 아픈 환자를 어떻게 강퇴를 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대로 걷지도 못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안 그러면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넘어진다. 그런데 통원을 하라니. 전 정부가 만든 문화계 블랙리스트처럼 암환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진료받아야 하는 사람을 퇴원시킨다”며 “게다가 내 돈으로 실비보험 가입해 병원에 다니려고 하는데 왜 퇴원을 시키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토로했다.  
 

강 씨는 “최근에 심리적으로 압박받다 보니 몸이 더 안 좋아졌다. 이명이 생겨서 이비인후과에 가니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요즘 신경 쓰는 게 있냐고 묻더라. 심평원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옥정애 씨는 “처음 들어보는 심평원, 그리고 무작위 삭감. 그게 그렇게 무서운 거더라”라며 “갑자기 갈 데가 없어졌다. 암이 뇌로 전이되면서 왼쪽 편마비가 왔는데, 보행이 안 되니 일단 생활이 안 된다. 한 손으로는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화장실도 가기 어렵다. 더웠던 여름,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꺼내먹기도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옥 씨는 “가족들이 있지만 24시간 나를 돌볼 수 없는 상태다. 가족들이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죽어야 하는 일인가 싶기도 하고, 미안하고 난감하다”며 “며칠 전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다가 뒤로 넘어진 일이 있었다. 지인들은 멀리 있고, 나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30분 이상 그러고 있었다. 다행히 아들이 집에 빨리 와서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많이 울었다. 왜 삭감을 당했는지 이유를 진짜 알고 싶다. 병원도 모른다고 한다. 어느 병원에서 날 받아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다. 우리 같은 사람 치료받게 하는 게 정부 역할인데 죽으라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 남편이 주간에 일할 때는 통원치료도 못 한다. 그렇게 되면 결론은 뻔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라남도 광양에서 온 B씨는 “나도 한 달 치료받고 나면 다 괜찮아질 줄 알았다. 건강검진을 받다가 폐암 4기인 것을 알았다. 수술 후 후유증이 너무 커서 걷지도 못했고, 온몸에 진물이 났다”며 “요양병원이 아니면 진물이 나는 부위를 소독해주는 곳도 없더라. 그런데 7월 20일 삭감을 당했다. 암도 안 걸려본 사람들이 퇴원을 시켰다. 괜찮아지면 나가지 말라고 해도 나갈 거다. 빨리 치료받고 가족들 밥 차려주고 싶고, 애들 키우느냐고 놀러도 못 갔는데 놀러 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기평석 가은병원 병원장은 암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이 70%가 넘는 현재 상황을 적용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평석 병원장은 “10년 전 암 환자의 5년 평균 생존율은 44%였다. 지금은 70, 80%가 넘는다”며 “이게 무슨 얘기냐면 예전에는 암에 걸리면 사망했지만 지금은 암에 걸려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10년 전 기준을 지금 적용하니 이런 갈등 생기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로 인해 암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이라고 낙인을 찍는 것 같다. ‘멀쩡히 걸어 다니는데 통원치료가 가능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암에 대한 이해가 정말 없는 것이다”라며 “암이 무서운 이유는 온몸에 암이 퍼져 말기가 될 때까지도 증상이 안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멀쩡히 걸어 다닌다고 비도덕적 환자로 만드는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신정섭 대표는 “국가가 암을 중증질환으로 규정해놓고 암 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둔갑시켜 요양병원 입원을 막고 치료도 못하게 하고 있는데 그 근거와 기준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암 환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박탈하는 입원료 전액삭감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기존 삭감 대상사 전원을 구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와 함께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된 환자 98%는 암 환자다. 잘못된 분류표를 의료고도 내지 의료중도로 바로잡아 안정적으로 입원치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html?no=582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