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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첨단 암 치료’ 믿었다 낭패…거액 날리고 생명 잃기도

관리자 2019.05.23

“살 수 있다” 헛된 약속…외국 가서 상태 악화 
‘중입자 우선진료’ 허위 광고…치료비 미납 진료 차질 
“심각한 환자 상태 그대로 통역 말라” 거짓말 요구 
업체 “치료 결정은 환자의 판단”





'중입자 치료’. 탄소이온 입자를 가속해 암세포만 집중 파괴하는 첨단 방사선 요법이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용어일 수 있지만, 암환자 특히 말기 환자들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말이다. 국내에는 아직 치료시설이 도입되지 않았지만, 탁월한 암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더 이상 치료 가능성을 찾지 못한 환자들이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암환자 해외이송서비스 업체가 등장한다. 의학지식과 외국어 능력이 부족해 외국 병원과 직접 연락이 어려운 환자들을 대신해 치료 가능성을 타진해 주고, 환자가 외국에 가면 간호 등 현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중개업체를 통해 한 가닥 희망을 품고 해외로 떠났던 암환자들이 업체가 약속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오히려 상태가 악화돼 현지에서 숨지거나 귀국하자마자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KBS와 인터뷰하는 환자와 가족들

“살 수 있다” 헛된 약속…오히려 상태 악화

A군 부모는 2016년 말 서울의 한 해외이송서비스 업체를 찾았다. 4살 아들이 뇌종양을 앓고 있었고 국내에서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A군 부모는 업체 대표가 자신들에게 “살 수 있다” “중입자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계약금 3천여만 원을 입금한 뒤 업체의 말이 바뀌었다고 한다. “중입자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독일 병원에서 연락이 왔으니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자, 이 치료법도 독일에서 소수만 뽑아서 하는 치료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잔금 9천만 원가량을 완납하자 이제는 “그 치료도 안 된다”며 광역학치료와 면역치료를 먼저 하자고 업체 측이 제안했다고 한다. A군 부모는 의심하면서도 아들을 살려보겠다는 절박한 마음에 2017년 초 독일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상황은 나빠졌다. 아들이 잘 걷지 못하게 되고 종양도 커졌다. 결국,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석 달 만에 귀국했고, 이듬해 부모는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위암 4기였던 50대 B 모 씨도 2017년 3월 같은 업체 상담을 받고 독일로 갔다. 상담 시 업체로부터 독일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독일에 도착하니 병원 의사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 진료 가능성을 타진하자, 이 병원에서는 “도저히 수술이 불가한데, 왜 독일까지 왔느냐”고 물었다. B씨는 결국 독일에서 세 차례나 병원을 옮긴 끝에 치료 희망을 접고 귀국했고 며칠 뒤 숨을 거뒀다. B씨 가족은 업체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업체 측은 천만 원만 돌려주겠다고 했다. 가족은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조정을 통해 가족에게 5천만 원을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가족은 이 돈을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KBS 취재진이 만난 암환자나 그 가족들은 한결같이 업체 측의 완치될 수 있다는 약속을 믿고 1억 수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독일에 갔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초 약속한 중입자치료는 받을 수 없었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대체의학 치료를 받다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주장한다.


‘중입자치료 우선진료권’ 허위 광고



위 사진은 해당 중개업체 홈페이지 화면이다. 회원에 가입하면 중입자치료 우선진료권을 받는다고 광고한다. “독일 입자치료센터에는 현재 예약 환자들이 많이 있지만 저희 회사와 계약한 암환자는 특별히 우대를 받아 빠른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과연 그럴까?

현재 전 세계에 중입자 치료시설은 모두 6곳이 있다. 그중 두 곳이 독일에 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마르부르크 대학 병원이다. (나머지는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일본, 중국 각 1곳). 대학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우선 진료는 들은 적이 없다. 우리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병원 국제환자 담당 직원의 답변이다.

환자들은 독일에서 어떤 치료를 받았을까? 다수 환자들이 치료를 받았다고 말해준 프랑크푸르트의 한 병원을 찾아가 봤다. 큰 대학 병원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시설을 갖춘 병원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여러 병원들이 모여 있는 4층짜리 건물에 입주한 개인병원이었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중입자치료 대신 광역학치료와 면역치료를 받았다고 말한다. 이 병원 홈페이지에도 고온치료, 인슐린 강화요법, 전기치료, 광역학치료 등을 시행한다고 적혀 있다. 이 병원 원장은 “우리는 중입자치료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입자 기계는 거대하고 비싼 기계여서 자신의 병원에는 없다고 했다. 사실 중입자치료기는 가격이 엄청나다. 가장 최신형을 보유한 오스트리아 중입자치료 시설은 건설비용이 6천억 원가량으로 전해진다. 개인 병원은 물론 웬만한 대형 병원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시설이다.

이 개인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화상을 입었다고 증언했다. 60대 직장암 환자는 자신을 포함해서 5명이 모두 화상을 입어 큰 고통을 당했다고 말했다.


치료비 미납으로 진료 차질

독일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들은 진료 도중 치료비 납부 독촉을 받기도 했다. 위암 환자 B씨의 아들은 어느 날 느닷없이 병원으로부터 “입금이 안 됐으니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미 10만 유로(1억 3천만 원)를 업체 측에 주고 온 뒤였다.




독일에서 환자 돌봄과 통역 등을 담당했던 사업협력자들이 업체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방에도 이런 상황은 그대로 나타난다. “독일 병원이 아직 송금이 안 돼 내일 오는 환자분들 치료를 거절했다” “미납문제를 해결 못 하면 치료를 중지해야 한단다”고 전하면서 대표를 비롯한 업체 담당자들에게 치료비 미납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

한 현지 사업협력자는 당시 독일 병원 회계담당자들로부터 받은 자료를 제시하며 2017년 기준으로 병원마다 수천만 원에서 1억 원가량의 치료비가 미납됐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확인해 보니, 이 업체가 의료자문 계약을 맺은 한 컨설팅회사는 미납금이 2018년 부분 납부됐다고 답했고, 한 병원은 2018년 미납금이 완납됐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는 취재진에게 현재 독일 병원에 남은 미납금은 없다고 해명했다.


의료 코디네이너는 어디에?…일반인이 돌봄 담당

“독일에서는 파독 간호사 출신 의료 코디네이터가 간호를 포함해 현지 케어를 해 드립니다.” 업체가 홈페이지와 환자 상담을 통해 홍보한 내용이다. 거동이 힘든 말기 암환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약속이다. 하지만 독일에서의 생활은 약속과 달랐다. 현지 돌보미는 대부분 독일어가 가능한 교민이나 유학생 출신이었다. 의료 관련 교육을 받지도 않았다. 한 교민은 간호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업체에서 그냥 통역하고 케어 하면 된다며 괜찮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환자 상태가 심각해져도 독일 의사가 말하는 환자 상태를 정확히 전달하지 말라고 업체 측이 통역 담당자에게 요구한 것이다. 한 교민은 “독일 의사가 ‘이 사람 가망이 없어요.’ 하면, 가망이 없다는 얘기는 환자에게 하지 말라고 막았다”고 말했다. 거짓말로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판단을 가로막고 시간을 끈 셈이다.



중개업체 관계자들


업체 측 “치료 결정은 환자의 판단이었다”

해당 업체는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하기 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환자에게 치료 과정과 부작용 등에 관해 설명을 했고, 그 뒤 환자가 치료를 받을지 말지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환자들의 자의적 결정에 따른 치료였다는 설명이다. 또 환자들에게 완치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환자 상태가 악화된 부분에 대해서는 완벽한 치료는 없다고 항변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대한민국 의사뿐만 아니라 독일 의사도 마찬가지로 완벽한 의사는 없듯이 치료 결과가 다 완벽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환자들이 중간에 치료를 거부해 버린 것 때문에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피해 증언은 일부 환자들의 주장이며 환자들이 피해 사실을 말할 때는 본인들이 유리한 내용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재 총영사관은 홈페이지에 안내 글을 게시했다. 우리나라 중증 암환자들이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등에서 독일 의료기관의 중입자치료를 받으러 왔다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며 주의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현지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환자는 총영사관에 신고된 것만 10건이었다. 현지 공관에 신고하지 않고 개인이 변호사 등을 통해 시신을 국내로 운구한 사례를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암환자의 해외 치료는 많은 비용과 노력, 시간을 요구한다. 그만큼 외국행을 결정하기 전 의료진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은 게시글에서 “구체적으로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법인지, 독일에서 검증된 방법인지, 치료비 등 비용은 적절한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개업체가 중입자치료가 아닌 유사치료를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며, 주선자와 해당 의료시설을 거듭 검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출처: KBS뉴스 유광석 기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206075&ref=A]